• [유현미 작가] 진정한 관계를 위하여
  • 02.03.02 09: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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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들녀석의 담임선생님을 찾아뵈었다.
지난 일년,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였다. 마음 같아선 집에서 직접 구운 맛난 김을 갖다 드리고 싶었지만, 워낙 짬이 없어 구워진 김 세트 하나를 들고 찾아뵈었다.
이 작은 선물에 담긴 넘치는 마음을 읽으시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께서는 깔고 앉아 계시던 따뜻한 방석을 내어주시며 반가워하셨다. 물론 처음부터 선생님과 내가 이렇듯 마음이 통했던 건 아니다. 학부모 총회가 열리던 날 처음 뵌 선생님의 인상은 차고 강했다. 피하고 싶은 담임 1호가 나이 많은 여자선생님이라는데 딱 그 경우였다. 그 분위기에 압도돼 학급대표를 하겠다는 엄마가 나서지 않자 선생님께선 아들녀석이 회장에 뽑혔으니 나보고 대표를 하라고 지목해버리셨다.
그 며칠 뒤, 이러저러한 감투를 쓴 엄마 예닐곱 명이 모였다. 자연스레 화제가 선생님으로 흘렀다. 엄마들에 대한 기대치가 크신 분이라는 둥, 너무 엄하시다는 둥 나 또한 이유도 모르고 손바닥을 맞고 온 아들녀석의 예를 들어 엄하시다는 면에 말을 보탰다. 그러다 나중엔 별 이상한 얘기가 다 나왔다. 선생님께 ‘버릇없이 굴면 혼내주세요’라는 말을 하면 내키는 데로 애들을 때리니 절대 그런 말을 해선 안 된다는 둥 수긍하기 어려운 대화가 오갔지만, 그저 그러려니 한 귀로 듣고 흘러버렸다.
그런데 그 다음날, 아들녀석이 학교에서 돌아와 선생님께서 지난번에 자기를 혼내신 건 수업시간에 옆 친구와 얘기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게 무슨 뜬금 없는 말이냐고 물었더니 선생님께서 자기를 불러 그렇게 말씀하시더란다. 아울러 엄마에게도 그렇게 전하라고 하셨단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생각 다 못해 조심스럽게 전화를 드렸다.
교사 생활 수 십 년 만에 이유 없이 아이를 때린단 소린 처음이라고 언짢아하시는 품새가 이미 엄마들끼리 모여서 나눈 대화를 다 알고 계셨다.
어제 모였던 엄마 중에 한 사람이 선생님께 그대로, 아니 제 편한대로 뻥튀기를 해 대화내용을 전달한 것이다. 기가 막혔다. 도대체 어떤 엄마가 이렇듯 상식 밖의 행동을 했을까 궁금했지만 참았다. 자칫 일이 커질 수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며칠 속앓이를 하게 만든 그 일은 뜻밖에도 선생님과 인간적인 신뢰가 쌓이는 계기가 되었다. 어쨌든 당신 입으로 고자질하는 엄마가 있다고 밝힌 셈이니 나이 많은 선생이 젊은 엄마들 분쟁시켜놓은 건 아닌가 내심 걱정하셨던 모양이다. 그런데 잠잠하니 고마우셨던 것이다. 자식을 맡기고 사람이 되게 가르쳐달라면서, 정작 도리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엄마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런 엄마들은 선생님과의 관계 역시 경우에 맞지 않는 방법으로 다지려 든다.
확신하건대 교사와 학부모 사이를 연결해주는 다리는 믿음이다. 새 학기엔 돈 몇 푼으로 혹은 어서 친해지고 싶다는 욕심으로 얼마든지 도타워질 수 있는 관계를 허무는 일이 없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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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은 (당시 8 세)
김하은 (당시 8 세)
* 성 별: 여
* 신 장: 120cm
* 두 발: 옅은 갈색 어깨보다 약간 긴 머리
* 상 의: 흰 바탕 핑크무늬 티셔츠
* 하 의: 베지색 7부바지
* 신 발: 흰 바탕에 주황색 무늬 운동화
* 신체특징: 검은 피부, 오른쪽 윗 볼에 찰과상 흔적, 좌측 코옆에 물린 자국, 앞니 1개 빠짐
* 발생일자: 2001년 6월 1일
* 발생장소: 전남 강진군 강진읍 평동리 주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