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덕신 스님] 부드러움의 힘
  • 03.11.27 09: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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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읽었던 동화 중에 바람과 태양의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바람과 태양은 늘 자신이 더 강하다며 다투었는데, 하루는 지나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먼저 벗기는 쪽이 이기는 것으로 하였다. 바람은 힘껏 강한 바람을 보내어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고 하였지만, 바람이 강하면 강할수록 나그네는 옷이 날아 갈까봐 옷깃을 여미는 바람에 실패하였다. 하지만 태양은 따뜻한 빛을 보냈고 나그네는 따뜻한 태양의 열에 더위를 느껴서 스스로 옷을 벗었다는 이야기다.

나는 가끔 이 이야기를 떠올린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치도 바람과 태양의 이야기와 비슷한 것 같다. 억지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하면 오히려 상대를 주눅들게 만들어서 마음의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말 그 사람의 입장에 서서 부드럽게 타이르고, 알아듣게 설득을 하면 내 마음이 상대에게 전해질 수 있다.

얼마 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 선생님 말씀이 아이들에게 매를 들면 단기간에는 효과가 있지만 돌아서면 그뿐이란다. 당장은 선생님에게 맞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말을 듣지만, 아이들의 진심을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록 시간이 걸릴 지라도 부드럽게 설득하고 타이르는 쪽이 훨씬 효과를 볼 때가 많다고 한다. 다만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그러지 못할 때가 많은 것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동물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할 줄 아는 주체적인 존재이다. 하지만 그 주체성은 저절로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주고,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을 스스로 지게 할 때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그러한 시행착오를 너그럽게 지켜보지 못하는 것 같다. 한때 단기간의 경제성장과 강력한 통제력으로 선진국가의 대열에 올라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 때문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습관이 남아서 부드러운 대화나 설득보다는 강제적인 힘이 앞설 때가 많다. 이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100% 이해하고 수긍하지 못해도 전체에 벗어나지 않기 위해 따라가게 되고 수동적인 인간으로 바뀌는 것이다.

크든 작든 우리는 모두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직장이라는 울타리, 동호회 등 수많은 울타리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내가 속한 그곳이 활기차고 기쁨이 넘치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강함보다는 부드러움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비록 시간이 걸리고 몇 배의 정성이 들어갈지라도 서로를 질타하고 가르치려고 하기보다는 이해하고 보듬어 안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무는 방법은 무력이나 강제가 아니라 용서와 이해라는 사랑의 힘이다.

옛말에 ‘욕강, 필이유수지(欲剛,必以柔守之), 욕강,필이약보지(欲强,必以弱保之), 즉 굳세어지려면 부드러움으로 지켜야 하고, 강해지려면 약함으로 보존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굳세고 강하기만 하면 부서지거나 부러지기 쉽고, 부드럽고 연약하기만 하면 무너지거나 꺾이기 쉽다. 부드러움으로 굳센 것을 지켜나가고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보존해 나가야 비로소 그 속에 활력이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부드러움이 가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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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당시 13 세)
이은영 (당시 13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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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의: 흰색 티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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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특징: 무테 안경 착용함. 흰색 후드 티셔츠 착용
*발생일자: 2006년 5월 13일
*발생장소: 경남 양산시 웅상읍 소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