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덕신 스님] 나이 드는 것의 미덕
  • 03.10.28 09: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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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는 인간의 네 가지 고통, 즉 사고(四苦)를 생(生), 노(老), 병(病), 사(死)라 하였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노병사의 길을 피해갈 수 없으니 태어남과 죽음을 반복해야 하는 숙명을 타고 난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이 평범한 진리는 늘 불현듯 다가온다. 검디검던 머리가 하나 둘 세어가고 이마에 주름이 늘어갈 무렵 문득 내가 늙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은데 벌써 인생의 황혼길에 선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모든 것이 끝나버린 것 같은 허탈함을 느끼게 된다.

정말 인간에게 ‘늙어간다’는 것이 서럽고 안타깝기만 한 일일까? 요즘 우리 사회는 마치 나이든 것이 죄가 되는 것처럼 취급될 때가 있다.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조금 더 젊어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몸에 좋다는 것은 다 먹고, 수술로 주름을 없애고, 머리를 염색하며 자신의 나이를 숨기기에 급급하다. 이런 사람들에게 늙는다는 것은 추한 것, 감추어야 할 것, 가능하면 피해야 할 그 무엇처럼 보인다.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그 한마디를 최고의 찬사로 여기는 사회, 그 속에서 올바르게 나이 들고, 우아하게 늙어 가는 아름다움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나이 드는 것의 미덕’이란 책을 쓴 전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는 은퇴 후 맞이하게 된 노년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고 자유로운 시기라고 했다. 지미 카터는 이 책에서 재선에 실패한 후 자신이 평범한 노인이 되었음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생활이 달라졌음을 고백했다. 그는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는 무료하고 한가한 시간을 절망하지 않고, 평소 자신이 하지 못했던 것들에 도전하며 인생을 즐겼다. 히말라야와 킬리만자로를 등반하고, 무주택자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운동을 하고, 손자에게 낚시하는 법을 알려주면서, 그는 인생의 행복을 찾았다.

아름다운 노년은 자신이 늙어가고 있음을 인정할 때부터 시작된다. 노인에게는 젊은이들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원숙한 아름다움이 있다. 가질 수 없는 것을 붙잡고 괴로워하지 않고,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으로 지혜로운 사람이다. 노년은 그저 할 일 없이 방황하는 외롭고 쓸쓸한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기에 따라 노년은 인생에서 유일무이한 시간이며, 자유롭고 깨달음이 충만한 소중한 시간이다. 스러져 가는 황혼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이제 해가 모두 졌구나’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쓸쓸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 부드럽고 신비한 빛깔을 느낄 수 있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아름다운 광경이 되기도 한다. 자기 안에서 담담하게 어둠을 받아들이는 황혼빛처럼 죽음과 늙어감과 태어남이 둘이 아님을 깨닫는 사람이라면 가장 아름다운 노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서늘한 가을 바람 속에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는 사람들이여, 더 이상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잘한 주름과 흰머리의 숫자를 세지 말자. 이런 것들을 애써 감추려 하지 말자. 늘어가는 흰머리와 주름은 열심히 인생을 살아온 훈장과도 같은 것이다. 이제 이 훈장을 자랑삼아 새로운 인생을 열어가자.
그것이 바로 나이 듦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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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사무엘(당시 3세)
최사무엘(당시 3세)
*성 별: 남
*상 의: 노랑색 스웨터
*하 의: 창바지
*신 발: 검정색 장화
*신체특징: 장애등급은 없으나 지능이 낮고 신체발달이 늦은 편임, 엄마 아빠 정도의 말만 할 수 있음
*발생일자: 2006년 1월 28일
*발생경위: 보호자가 화장실 간 사이 실종됨
*발생장소: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 애경백화점 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