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덕신 스님] 말의 공해
  • 03.10.07 14: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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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보면 적어도 승객 너댓 명은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나들이에 나섰다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핸드폰 소음과 사람들의 말소리에 정신까지 혼미해지기도 한다. 전화를 하는 사람에게는 지금 하고 있는 통화가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이겠지만,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에게는 피할 수도 없는 고역이 된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길고 지루한 통화내용을 고스란히 듣고 있노라면 세상의 소리란 소리가 모두 공해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말이 많은 것일까? 어쩌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수다의 도시로 변해 버렸을까?

우리 속담에 “아무리 듣기 좋은 말도 세 번 하면 듣기 싫다”는 말이 있다. 말이란 꼭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만 해야 좋은 것이다. 늘 필요 이상의 말을 하고 사는 우리들에게 말은 늘 분쟁을 일으키는 씨앗이 된다.

말하지 않았다면 없었을 오해가 말을 함으로써 생겨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쇼핑을 하며, 심지어는 운전을 하면서까지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과연 그들이 하고 있는 말이 꼭 필요한 말인지 되묻고 싶어진다. 혹시 지난 번 통화에서 했던 말에 오해가 생겨서 그 오해를 풀려고 또 다른 말을 하고 그것으로 인해 새로운 말을 해야 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순식간에 말하고 그 말을 순식간에 소화하는 능력! 사람들은 이런 능력이 탁월한 사람을 재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모두 재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 말이 얼마나 진실한가를 생각하지 않은 채.

그 옛날 선사들은 제자들의 끊임없는 물음에 묵묵부답으로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속인의 눈으로 보면 이러한 선사들의 태도가 참으로 무성의하고 답답해 보인다. 때로는 혹시 그 선사가 제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르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말로써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속인의 생각일 뿐이다. 때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도 있으며, 말로 설명하려면 점점 더 그 뜻이 모호해 지는 것도 많다. 선사는 바로 그런 경우에 말없음으로 답을 대신하는 것이다. 또한 어쩌면 질문 속에 이미 그 답이 있을 때도 있으니 스승은 제자가 스스로 그 답을 알아내기를 원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요즘 사람들에게 한 박자 늦게 말하고, 느린 속도로 말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적게 말하라고 권하고 싶다. 누군가가 물음을 던져 오면 한 호흡을 쉬고 대답해 보자. 상대방이 자기가 한 말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도록, 내가 그 물음에 맞는 가장 진실한 답을 할 수 있도록 한번만 더 생각하면서 말하자. 그리고 느린 속도로 말하자. 상대가 알아들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숨도 쉬지 않고 말을 내뱉던 태도를 버리고, 말의 의미를 스스로 음미하며 말할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남을 설득하기에 좋은 목소리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다. 작은 소리로 말하면 상대가 더 주의 깊게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정말 필요한 최소한의 말만 하자. 말은 하면 할수록 후회가 많아지는 속성이 있다. 말의 공해로 인해 나 자신이 피해자가 되는 일이 없도록 조금만 말을 아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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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영광 (당시 2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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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 스포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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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발: 청색 운동화
*신체특징: 눈썹이 짙고 일자형임. 피부가 검은 편, 머리숱이 많은 편이며 까치머리임, 말을 잘 못함, 뼈대가 굵은 편임, 생식기에 붉은 반점이 있음.
*발생일자: 2003년 10월 10일
*발생장소: 부산시 해운대구 우2동 성불사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