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덕신 스님] 친구가 밥 먹여주니?
  • 03.09.02 10: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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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살아가면서 생기는 고민 중에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아마도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싶다. 학창시절은 물론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직장생활에서 상사와 부하직원간의 갈등, 동료들과의 관계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결혼생활에서 부부간의 갈등이나 시부모와의 불화 문제가 비일비재한 것을 보면,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이 아닐까 싶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모 방송국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친구관계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그 내용이 대강 이렇다. 나는 그 친구가 좋은데, 상대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혹은 나는 친구를 많이 좋아하는데, 상대는 나보다 적게 나를 좋아한다, 여러 명의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낀다, 친구 사이에 사소한 말다툼을 했는데 화해할 방법을 모르겠다, 등등이다. 어른들의 눈에서 보면 누구나 청소년 시절에 한두 번쯤은 겪어 본 흔한 고민에 불과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심각하기 그지없다. 심지어는 이런 고민들 때문에 학업에 지장을 받거나, 심한 경우는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리는 아이들도 생길 정도이니 그냥 무시할 만한 일은 아닌 듯 싶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 우리 청소년들이 고민하는 이런 문제가 인간관계를 배워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여러 명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견디기 위해서 참고, 양보하고, 먼저 베푸는 법을 친구관계를 통해 얻는 것이다. 아울러 친구관계는 주변관계로부터 스스로 상처받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자기 중심을 얻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의 아이들이 친구관계를 맺어 가는 모습은 훗날 그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지나치게 남에게 의존하지도, 지나치게 무관심하지도 않는 적절한 관계맺음을 배우는 성장 과정의 일부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이들의 교우관계보다 학업 성적이나 능력 개발에만 관심을 둔다.

부모님은 자녀의 친구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사소한 문제로 취급하게 되면 우리의 아이들은 자신의 존재가 가치 없이 느껴진다. “친구가 밥 먹여 주니?” 하면서 지금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를 부모가 무시하기 때문에 자신도 무시당한다는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어른이 된 지금, 자신의 모습을 돌아본다면 삶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학벌도 능력도 아닌,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맺음이다.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아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타인을 통해서 혹은 스스로의 모습 속에서 인간이 너무나 불완전한 존재임을 깨닫기 때문이다.

좋은 친구는 험난한 인생에서 부모보다 형제보다 든든한 의지가 된다. 혼자 가면 힘든 길이라도 친구와 함께 하면 두렵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결국은 모두가 혼자 가야 하는 삶이지만, 곁에 누군가가 그것을 지켜봐 주고 살펴주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갈 수 있다.

부모들이여, 아이들에게 “친구가 밥 먹여주니?”라고 말하지 말자. 친구가 밥을 먹여주지 않더라도 즐겁게 밥을 먹을 수 있게 도와주는 존재임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자.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데 밥보다 소중한 것이 많다는 것을 이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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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사무엘(당시 3세)
최사무엘(당시 3세)
*성 별: 남
*상 의: 노랑색 스웨터
*하 의: 창바지
*신 발: 검정색 장화
*신체특징: 장애등급은 없으나 지능이 낮고 신체발달이 늦은 편임, 엄마 아빠 정도의 말만 할 수 있음
*발생일자: 2006년 1월 28일
*발생경위: 보호자가 화장실 간 사이 실종됨
*발생장소: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 애경백화점 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