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덕신 스님] 조금만 더 너그럽게
  • 03.08.21 1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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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말엽에 태어나 조선 건국 초기에 문민정치의 기틀을 다지고 세종 임금을 보좌하며 선비의 상징으로 청백리의 꽃을 피운 황희 정승을 기억할 것이다. 황희 정승은 학문적인 업적 뿐만 아니라, 그의 인품에서도 후대에까지 귀감이 될 만한 인물로, 사소한 일에는 구애받지 않고, 웬만한 남의 흉허물은 입에 올리지도 않는 대범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황희 선생에 관한 일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하루는 황희 정승이 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소란스럽게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집안일을 하는 머슴 둘이서 서로 잘했느니 잘못했느니 하면서 심하게 다투는 것이었다. 황희 정승이 방문을 열고 내다보자 머슴들이 다가와 둘의 잘잘못을 가려 줄 것을 청하였다.

그러자 먼저 한 머슴이 다른 머슴의 잘못을 헐뜯으며 자기가 잘했노라고 하소연하는 말을 듣고, 황희 정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그래, 네 말이 옳다.” 그러자 다른 머슴 역시 자기는 억울하다며 상대 머슴의 잘못을 늘어 놓았다. 황희 정승은 그 머슴의 말에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하였다. “그래, 네 말을 듣고 보니 너도 옳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부인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황희 정승에게 말했다. “모든 일에는 옳고 그름이 있는 법입니다. 그런데 어린 것들의 잘잘못을 가려주지는 못할망정 다 옳다고 하시니 무슨 대답이 그리 싱겁습니까?” 그러자, 황희 정승은 빙그레 웃으며, “듣고 보니 그렇구려. 부인의 말도 옳소.”하였다 한다.

요즘같이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구분하기 좋아하는 세상에는 맞지 않는 이야기 같아도,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가르침이 있는 일화가 아닐까 싶다. 세상살이에서 절대적으로 옳은 것도, 절대적으로 그른 것도 없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며, 누구의 입장에서 생각하느냐에 따라 답은 여러 개가 될 수도 있다. 세월에 따라 진리도 조금씩 변해간다. 이것을 인정할 수 있는 마음, 그것이 바로 열린 생각이다.

최근 아이들에게 열린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획일화된 교육, 제도화된 교육속에서 자란 사람은 정해놓은 길대로는 갈 수 있어도, 스스로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고, 맞거나 틀릴 수도 있는 정형화되지 않는 교육을 받은 사람은 아무래도 모든 면에서 유연하다.
진정으로 지혜로운 자는 항상 시비를 가리려는 태도보다는 가려야 할 시비와 떠나야 할 시비가 무엇인가를 가릴 줄 아는 것이 아닐까? 그속에서 상대를 인정하고 포용하며 양보함으로써 함께 살아가는 기쁨을 얻는 것이 아닐까? 화합의 기본은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어’, 혹은 ‘당신의 생각이 나와 다르지만, 옳을 수도 있어’라고 제3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요즘 사람들은 사소한 일에도 다투기를 좋아한다. 이 싸움에서 지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때론 맹렬하게 싸우기도 한다. 돌아보면 아무 것도 아닐 일인데 말이다. 우리, 이제부터 조금씩만 더 너그러워지자. 그러면 얼굴을 찡그릴 일보다 웃을 일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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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당시 5 세)
김은지 (당시 5 세)
* 성 별: 여
* 신 장: 120cm
* 두 발: 단발
* 상 의: 회색에 자주색 테두리 티셔츠
* 하 의: 자주색 긴바지
* 신 발: 흰색, 분홍색 운동화(햄토리 그림)
* 신체특징: 아랫배 부분과 오른쪽 다리에 화상 흉터
* 발생일자: 2002년 11월 12일
* 발생장소: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