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섭 시인] 이 땅의 아버지들 힘내세요
  • 06.09.29 09: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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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조창인의 소설 ‘가시고기’를 읽으며 짠한 감동을 받았다. 불치병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희생적 삶이 콧등을 시큰하게 달구었다. 영화계를 휩쓴 ‘괴물’속의 아버지도 괴물에게 납치 된 딸을 구하기 위해 이 시대의 부조리와 맞서며 목숨걸고 싸운다. 아버지의 권위는 무너졌지만 가족을 지키려는 책임감은 변하지 않았다.
최근 읽은 이경식의 ‘우리는 아버지다’는 아버지 부재(不在)의 시대에 “나는 아버지다”라고 당당하게 선언할 것을 권한다.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의 존재는 위엄이 있었다. 아버지의 헛기침소리에도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헛기침 하나로 대가족을 다스려 왔다. 아버지 앞에 서면 늘 오금이 저린 듯 두려운 존재였다.
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아버지는 두려움과 존경의 대상은커녕 ‘돈 버는 기계’로 전락했다. 부자 아버지는 좋은 아버지요, 가난한 아버지는 나쁜 아버지가 돼버렸다. “내가 어렸을 적엔 끼니조차 제대로 잇기 어려웠다”고 가난한 시절을 얘기하면 구닥다리 취급을 받기 일쑤다.
살아가기에 바빠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적은 것도 한국의 아버지들이다. 평일에 자녀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불과 2.8시간. 태국, 미국, 스웨덴, 프랑스, 일본의 아버지들에 비해 가장 짧은 것으로 조사됐다. 맞벌이 부부의 자식들은 과외공부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 아버지의 존재는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로 전락해버렸다. ‘밥상머리’ 대화마저 끊어질 위기다.
이 땅의 아버지들은 자식을 낳고 기르며 힘이 들어도 내색을 잘 하지 않는다. 아들, 딸이 밤늦게 돌아올 때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현관문을 쳐다본다. 딸의 결혼식장에 손을 잡고 들어서며 속으로는 울고 겉으로는 웃는 그런 사람이 아버지다.
조기 유학 가는 아이들과 함께 아내마저 떠나보내고 홀로 남아 뼈 빠지게 일해 학비를 모아 보내는 중년 가장이 ‘기러기 아빠’다. 어느 기러기 아빠는 남아 있는 재산을 처분하여 아내에게 보내준 뒤 아버지 묘소 앞에서 자살을 했다. 삶의 무게와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죽음을 선택한 이 땅의 비극적인 아버지다.
자식들 뒷바라지에 허리가 휘고 먹을 것 입을 것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도 부모 공양을 미덕으로 삼고 효를 실천해 왔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정작 자식들에게는 외면당한 채 쓸쓸하게 노후를 보내는 힘없는 아버지로 전락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부모가 자식의 짐이 아니라 ‘노후가장의 가장 큰 적(敵)은 자식’이 돼 버렸다. 경매로 넘어가는 집의 20%, 한 해 8만건이 자식 빚 보증 서느라 잡힌 경우라고 한다. ‘자식이기는 장사 없다’고 자식 뒷바라지에 노후자금마저 날려 버린다.
힘들고 지친 모든 아버지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존경받는 아버지상을 정립하기 위해 최근 부산에서는 ‘한국아버지재단’이 출범했다. 가족과 사회에서 소외된 아버지들을 지원하고 전국적으로 ‘아버지 운동’을 펴나간다고 한다. 이 땅의 아버지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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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호 (당시 4 세)
최진호 (당시 4 세)
*성 별: 남
*신 장: 101cm
*두 발: 짧은머리
*상 의: -
*하 의: 청바지
*신 발: 검정색구두
*신체특징: 귀가 당나귀귀처럼 크고, 쌍거풀 있으며, 왼쪽볼에 손톱자국 있음
*발생일자: 2000년 5월 7일
*발생장소: 경기도 안산시 안산4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