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부권] 신록의 5월 그 향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바매기오름(알밤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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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양영태 객원기자
  • 19.05.23 09: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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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끝나가는 5월의 제주는 온통 새하얀 귤꽃향기로 덮인다. 어느 마을을 가든 박하향인 듯, 라일락향인 듯, 아니 그보다도 더 알싸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다 목덜미를 타고 내린다. 온몸이 귤꽃향기에 물든 착각에 빠진다. 더 나가 들판에 이르면 또 다른 향기가 흐른다. 새하얀 찔레꽃 향기가 그것이다. 온 들판을 하얗게 수놓는 찔레꽃은 그 선명함에 미처 가시가 있다는 것을 잊게 만든다. 장미는 가시가 있어 더 아름답다고 하지만 들판에서 만나는 찔레꽃은 가시가 없으면 더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우리에게 친숙한 노래에 자주 등장하는 찔레꽃이야말로 진정 서민의 꽃일 것이다.

 

 

 

찔레꽃 향기가 가득한 오름으로 가보자. 이 시절 어느 오름인들 그 향기가 없을까마는 연두 빛 신록의 상큼함을 보고 또 느낄 수 있는 오름의 숲속에서 맡는 그 내음은 또 다른 감각처럼 다가온다.

 

조천읍 선흘리에는 바매기오름이 있다. 모양이 비슷한 쌍둥이 오름이 남북으로 이웃해 있는데 두 오름을 통틀어 바매기오름이라 하는데, 위치상으로 위쪽에 있는 오름을 웃바매기, 아래쪽에 있는 오름을 알바매기라고 부른다. 바매기의 뜻은 확실하지 않지만, '바매기'는 그 자체가 하나의 고유한 어휘이거나 '(또는 밤)+매기'의 구성으로 보인다고 한다. 후자의 경우 '-매기'는 제주도지명 여러 곳에 나타나는 지명접미사로, 주로 산이나 언덕, 등성이를 이루는 지역에 붙는다는 것이다. “오름 모양이 똑같이 밤알처럼 생겨 밤알을 밤애기('아기'의 제주방언)로 표현한 것이 바매기(바마기)가 되지 않았나 미루어 본다.”는 말도 있지만 신빙성은 없어 보인다.

 

 

 

두 오름 중 알바매기오름으로 향한다. 중산간동로를 따라 가다 보면 오름의 동쪽 길가에 커다란 오름 표지석이 있고 차 몇 대를 세울 수 있는 공터가 있다. 오름 주위에 가족묘지 등이 여럿 있고 따라서 길도 여러 방향으로 나있어 주의하지 않으면 막다른 곳으로 빠질 수도 있다. 오름의 북쪽으로 올라 알오름을 거쳐 정상을 오른 뒤 북서쪽 능선으로 내려오면 된다.

 

오름의 모양은 보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지만 북쪽에서 보면 북서쪽으로 깊게 패어 있는 말굽형 화구를 가진 화산체이다. 화구의 앞쪽(북쪽)에는 숲 속에 쌓인 채 솟아오른 알오름이 있는데, 이는 침식사면 상에서 미끄럼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오름의 전 사면은 해송이 조림된 삼나무와 어우러져 숲을 이루며, 그 사이사이에 활엽낙엽수와 상록수가 더해져 오름 전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알바매기오름은 표고가 393미터 인데 오름의 높이는 약 150여 미터가 된다. 오름이 비교적 가파르고 미끄러워 숨이 차지만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초록의 햇볕을 벗 삼아 쉬엄쉬엄 오르면 20 30분이면 꼭대기에 다다를 수 있다. 정상에는 산불감시 초소가 있다. 산불감시 초소가 있다는 것은 주위를 훤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오름 전체가 울창한 숲으로 우거져 있지만 정상에서 만큼은 탁 트인 전망이 오름 탐방객들을 반긴다. 가까이는 웃바매기오름에서 부터 멀리 우도의 모습까지, 물론 한라산 풍경은 기본이지만.

 

 

 

오름의 북쪽 방향에는 '동백동산'이 있다. 동백동산은 문화재보호구역, 람사르 습지, 지질공원이라는 굵직한 국제적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북오름에서 분출한 걸쭉하고 속도가 빠른 용암이 땅위를 길게 흘러가는 동안 공기와 접촉하는 상부는 급속히 식으면서 굳지만, 하부는 그대로 흘러가 용암동굴을 만들게 된다. 용암이 흘러가면서 깔아놓은 빌레 위에 물이 고여 동백동산 습지가 만들어진 것이다. 동백동산은 용암 언덕 위에 1만여년의 긴 시간 동안 만들어진 상록수림이다.

 

 사람들은 그 숲속에서 나무를 얻고 물도 길어 먹었다. 나무를 벨 때는 기름을 얻기 위해 동백나무를 남겼고 마을사람들은 그 숲을 동백동산이라 불렀다. 알바매기오름 정상에서 보는 동백동산은 노랑, 연두, 초록 등등 온갖 색채로 그려진 한 폭의 유화를 보는 듯하다. 꼭 이렇게 하늘 가까이 올라와서 보아야만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고마움과 보존하여 물려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내 심성과 시선의 한계일까.

 

 

오름 정상에 서서 산불을 감시하듯, 오름 정상에 앉아 마음 한쪽에서 꺼져가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추스르고,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이 꺼지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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