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레 12코스] 억겁이 빚어낸 바당길 걷다 ‘올레 12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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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이미경 객원기자
  • 18.01.18 09: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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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겁이 빚어낸 바당길 걷다 올레 12코스

 

 

겨울임에도 무릉리, 신도리의 너른 들판엔 초록의 잎들이 푸릇푸릇 올라와 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튼실한 월동무가 무럭무럭 자라나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탁 트인 밭길 위로 12코스 세 개의 오름 중 첫 번째 오름인 녹남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녹남봉은 예로부터 녹나무가 많아 녹남봉이라 했지만 지금은 녹나무 대신 소나무가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정상에 오르니 멀리 산방산과 모슬봉이 희미하게 보인다. 녹남봉 역시 제주도 여느 오름과 마찬가지로 화산 활동으로 생겨난 오름으로, 정상의 분화구는 개간되어 밭으로 이용되고 있다.

 

 

녹남봉에서 내려와 올레의 마스코트 간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겨본다. 길은 바다로 이어지고 다시 두 번째 오름인 수월봉으로 향한다. 오르기 수월해서 수월봉인가 할 정도로 자그마한 오름으로, 녹남봉보다 30여 미터 낮은 해발 77미터라고 한다. 하지만 일단 봉우리에 올라 내려다보이는 바다 풍경이 가히 일품이다.

죽도(대나무섬), 와도(누운섬), 지실도(거미집섬)를 일컬어 보통 차귀도라 부르는데, 지실도는 독수리섬이라고도 부른다. 지실도는 독수리가 비상하려는 모습이라고 하는데, 수월봉 정상에서 바라본 차귀도는 아무리 봐도 거대한 익룡이 날개를 펼치고 하늘이 아닌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모습이다.

 

아마도 보는 위치에 따라 각각 다른 모습일 터, 와도 역시 각도를 잘 잡아야 비로소 만삭의 여인이 누운 모습으로 보인다. 수월봉 절벽을 내려다보니 살아 움직일 듯한 독특한 모양의 기암들을 지긋이 바라보는 사람의 옆모습이 보인다. 부처의 눈처럼 반쯤 감은 모습 같기도 하다. 언젠가 이곳에 나처럼 보는 이들을 위한 푯말이 세워질지도 모르겠다.

 

 

수월봉을 돌아 내려오면 본격적인 바당길로 들어선다. 엉앙길(절벽 아랫길)이라 부르는 이 해안길은 약 18천여 년 전 화산이 폭발할 때 분화구에서 분출된 화산재가 마치 페스추리처럼 켜켜이 쌓여 있는 모습이다. 엉앙길은 포토존이 따로 필요없을 정도로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바로 영화 속 스냅샷이 완성된다. 엉앙길 절벽에는 화산재 지층 아래로 통과하지 못한 물이 흘러내리고 있는데, 전설에서는 이를 녹고의 눈물로 전하고 있다. 아픈 엄마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오갈피를 찾아 나선 수월이가 절벽을 오르다 떨어져 죽자, 동생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다 죽고 말았다는 슬픈 이야기다.

 

해풍에 한치를 말리고 있는 차귀도 포구 덕장을 지나면 세 번째 오름인 당상봉으로 이어진다. 당상봉은 뱀을 제사지내는 신당(차귀당)이 있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수월봉에서는 당최 보이지 않던 독수리섬의 독수리 모습이 그제야 눈에 들어온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해안은 새가 날아다니는 절벽 바닷길이란 뜻의 생이정 바당길로 접어든다. 당상봉과 생이정 바당길을 걷는 내내 오직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일몰에 반짝이는 차귀도는 차츰 멀어지고,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이 만들어 낸 비경을 다시 한 번 돌아보며 12코스의 종착지인 용수 포구를 향해 발길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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