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 폭염 야외 노동자에 '물·그늘·휴식' 필수인데… "그런 수칙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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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뉴시스 [http://www.newsis.com]
  • 17.08.28 17: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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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인해 매년 폭염의 정도가 더해가면서 여름철 야외에서 장시간 일하는 노동자들이 열사병 등 온열 질환에 노출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월부터 실외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에게 '물, 휴식, 그늘' 3가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열사병 예방 기본 수칙을 만들어 개별 사업장에 배포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뉴시스 취재 결과 과중한 업무에 불볕더위라는 환경적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이중고를 겪는 노동자들이 상당했다. 이들 대다수는 본인들이 '물, 휴식, 그늘'을 제공받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공영주차장 관리인인 김광남(74)씨는 근무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대부분 업무를 야외에서 하고 있다. 그는 업무 특성상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날에도 그늘막 하나 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지만 휴식처라고는 전기조차 공급되지 않는 가건물 형태의 초소가 유일했다.
김씨는 "땡볕에 계속 나와 있어야 하는데 간간이 머무는 초소 안에서 선풍기도 틀 수 없다. 끌어 올 전선이 없어서 초소에 전기를 공급하지 못한다고 들었다"며 "물을 주기는 하는데 시원하지가 않다. 이마저도 직접 가지러 가야 해서 꽤나 번거롭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정한 기본 수칙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엔 "잘 모르겠다"라며 "어쩔 수 없다. 집사람이 아파 누워있고 나 혼자 일하기 때문에 조건과 관계없이 우선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양천공원 삼거리에서 지난 6월부터 하수관 공사 작업을 하고 있는 인부들이 처한 환경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햇빛이 강한 시간대에 더위를 피할 공간 하나 없는 곳에서 쉴 틈 없이 일하고 있다고 했다.
공사 현장에서 안전보행 도우미로 일하는 정재하(54)씨는 수칙에 관해 묻자 "모른다. 물 말고는 제대로 지급되는 것이 없다"면서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딱히 쉬는 시간이라고 정해놓은 것 없이 사실상 내리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등포구 거리에서 뙤약볕 아래 쭈그려 앉아 잔디를 정리하거나 빗자루질을 하는 김모(72·여)씨는 수칙을 아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 우리는 모른다"라고 밝혔다. 김씨는 "작업장에서 물을 주기는 한다. 그래도 일이 힘들어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 우리 같은 나이에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이라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열사병 예방 기본수칙 이행가이드'는 이들처럼 장시간 무더위에 노출되는 노동자들이 온열 질환으로 인해 탈진, 실신하거나 심한 경우 사망하는 사태를 사전에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수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폭염에 장시간 노출된 노동자들에게 시원하고 깨끗한 물, 햇볕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재질의 차양막을 제공하고 1시간 주기의 규칙적인 휴식 을 보장해야 한다.
정부는 최근 수칙을 지키지 않는 사업주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수칙이 사업장별로 배포됐음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폭염 속 노동자들에게 물과 휴식, 그늘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효율을 중시하는 작업 문화나 비용 부담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물과 휴식, 그늘을 실질적으로 제공하는 대신 급여를 소폭 올려주는 사업장도 일부 있었다.
주차장 공간 관리를 맡은 A회사 관계자는 "냉방시설이 가동되지 않는 등 다소 폭염에 취약한 사업장이 있기는 하나 다시 시공하기 위한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대신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는 급여를 좀 더 지급하는 방향으로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축·토목공사 전문 B회사 관계자는 "한창 무더울 때는 현장 소장 재량 아래 작업 중지를 시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계속 작업을 쉴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그늘 같은 경우에도 가건물을 별도로 짓지 않는 이상 제공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폭염 속에서 일하던 사람이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것을 실질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사업장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칙 내용을 보다 구체화해 실질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소속 박경서 노무사는 "사업자들은 기본적으로 근로자가 위험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데 납기를 맞추고 일 해내는 것만을 우선시하니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기가 어려운 것"이라며 "수칙 자체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온이 몇 도 이상일 때 작업을 중지하라는 등 좀 더 구체적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물 등을 제공하라는 수준의 조치는 사실 당연히 하고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폭염 상황에서 작업 시간을 조정하는 문제"라며 "생산 중단이 사업장에 타격이 크다면 교대제와 같은 탄력적인 방식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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