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률] '전 재산 기부했다 증여세 폭탄' 황필상씨 "감옥 각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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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뉴시스 [http://www.newsis.com]
  • 17.04.21 15: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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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제 의도가 밝혀진 것 같아 참 다행입니다."


20일 오후 2시11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앞에 모습을 드러낸 황필상(70)씨의 표정에는 홀가분함이 묻어났다. 7년4개월 동안 긴 법정싸움을 이어왔지만, 대법원이 황씨의 손을 들어주는 선고를 마치기까지는 10여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황씨는 "결과가 좋아 다행이다. 국가가 옥석을 가려주는 쉬운 문제인데 법률적으로 따지니깐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대법원 결과에 순응할 준비는 다 돼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황씨는 "나 같은 힘없는 사람이 살아가는 비법이 있는데, 아무것도 모를 때는 손 떼고 체념하면 별로 당황스럽지 않다"며 "혹시 지더라도 대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게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나타날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 같은 사람의 길을 다 막는구나 싶었다"고 그간의 우려를 전했다.


황씨는 이날 선고시간보다 30여분 일찍 모습을 드러내 정문 앞에서 마음을 정돈했다.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멍한 눈빛으로 바닥을 응시하다가도 이내 다시 몸을 훌훌 털었다. 선고에 앞서 심경을 묻자 "제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 결과에 순응해야지"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모습이었다.


오후 2시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황씨가 장학재단에 180억원 상당의 주식을 기부한 것에 대해 세무 당국이 140억원의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단법인 구원장학재단이 수원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황씨는 "세무당국에는 불만이 없다. 그 사람들은 뭐 하고 싶어서 그랬겠냐"면서 "세무당국과 법이 결정하는 대로 하되 서로 방해하지는 말자고 했다"고 미소를 보였다. 이어 "사실 세무당국이 내 재산을 관리해주니깐 더 좋다"고 눙치기도 했다. 


재판이 7년여 지속되면서 연체 가산세가 불어나 황씨가 물어야 할 세금은 무려 244억원에 이르렀다. 처음 기부한 액수보다 더 큰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할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황씨가 사는 아파트 및 재산 등이 압류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황씨는 "재단에서 244억원을 못내니깐 세무당국이 나라도 내라는데 돈이 없었다"며 "사실 밑천 3억~4억원은 있었는데 그것도 압류한다고 빼앗겼다"고 떠올렸다.


황씨는 앞으로도 기부를 계속할 거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늘 졌다면 '기부하지 마세요'라고 했을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사는 게 별거인가, 뜻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여기며 살아왔다"면서 "힘들어도 보람은 있다"고 긍정적인 사고를 나타냈다.


그는 "저 혼자서는 버틸 재간이 없었는데 주변 분들이 '같이 하자' '할만 하다'고 도와주셔서 힘이 불끈 났다"며 "그래서 잘못되면 감옥 가면 되는 거였다. '갈 때까지는 가자' 생각했었다"고 털어놨다.


황씨는 이번 사건을 7여년 끌고 온 계기가 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의 문제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현재 상증세법은 공익법인이 출연자와 특수관계인 기업(수원교차로)의 의결권 주식을 5% 이상 취득·보유하면 그 초과분에 증여세를 매길 수 있게 돼 있다.


황씨는 "국회는 '그사람이 장학사업을 제대로 하나 안하나' 핵심을 봐야 한다"면서 "이 사람이 탈세를 하면 그때 처벌하면 되잖아. 근데 왜 그런 법은 또 못 만드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황씨는 이번 선고 전날인 19일 백내장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수술은 잘 끝났지만, 이날 오전에도 병원을 찾았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회복 중이라는 사실을 잊고 지인들과 마음껏 기쁨을 나눴다.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는가 하면 법정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황씨는 "나는 빈민촌에서도 자라봤고 바닥부터 올라온 인생"이라며 "대학교수도 해봤고 사장도 해봤고 돈도 많이 벌어봤다. 다른 사람은 한 직업에 매달리며 살아가는데 나는 많은 걸 해봤다. 400년은 산 것 같다. 500년을 살아야지"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특히 "대한민국 동량지재(棟梁之材)를 만드는 게 우리 장학 재단의 목표"라며 "한 나라나 집안을 떠받들어 이끌어 갈 젊은이를 키우면 나 같은 사람은 수 십명이 나올 수 있다. 국가가 이런 걸 막아서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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