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 ‘흑백TV에서 케첩까지’… 소비자물가 품목 보면 시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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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자료제공 : 뉴시스 [http://www.newsis.com]
  • 16.07.04 14: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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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여자보다 아름답다. 커피엔 언제나 프리마" 
국민배우 안성기가 출연한 장수 CF에 삽입된 문구다. 어느 정도 연배가 있는 사람이라면 너무나도 친숙한, 하지만 어린 세대들에겐 낯선 카피다. 
흔히 '프림'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커피 크림'이 소비자 물가지수 개편 과정에서 대표 품목의 지위를 잃었다. 오랜 기간 동안 커피와 짝꿍을 이루면서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구입하는 물품 중 하나로 자리잡았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소비자들의 입맛도 달라져 이제는 과거의 영광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소비자물가 대표품목엔 그 시대의 생활상이 녹아있다. 통계청이 5년마다 조정하는 품목의 추가 및 탈락을 보면 농업 중심 사회에서 서비스 사회로,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는 흐름을 엿볼 수 있다. 
1970년부터 2015년까지 소비자물가 대표품목에 들고 나는 품목은 어림잡아 150여 가지에 달한다. 흑백TV, 전축, 필름, 고무신, 레코드판, 삐삐 등은 이제 우리의 일상에서 아주 먼 옛날 물건이 됐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소비자물가지수를 2015년 기준으로 개편해 오는 12월30일에 공표할 계획이다. 대표품목과 조사지역 등을 재조정하는데 잠정적으로 커피크림, 잡지, 사전, 케첩 등이 탈락하고 파스타면, 휴대전화기수리비, 블루베리 등이 추가될 예정이다.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커피프랜차이즈들이 늘어나면서 믹스 커피에서 에스프레소 커피로 소비자들의 취향이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커피크림이 대표품목에서 탈락했다. 활자문화보다는 모바일콘텐츠에 익숙해진 이들이 늘어나면서 잡지와 사전 등도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반면 외식때나 먹었던 메뉴인 파스타가 의외로 손쉬운 요리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파스타면이 장바구니에 자주 담기는 품목으로 선정됐고 휴대전화 보급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수리비도 지출 비중이 커졌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비싸서 쉽게 못 사먹던 블루베리가 수입과일 호황과 국내 생산 증가로 조사 품목에 포함됐다. 
시계열을 좀 더 넓혀 197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그 시절 '핫 아이템'은 흑백TV와 전축, 라디오 등 아날로그 전자제품들이었다. 1980년 칼라TV가 추가품목에 포함됐고 1985년엔 흑백TV가 탈락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1975년 칼라필름이 대표품목에 추가됐고 1980년 흑백필름이 탈락품목이 됐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편화되면서 2005년엔 칼라필름마저 대표품목에서 자취를 감췄다. 
서양식 소스의 기본처럼 여겨지는 마요네즈와 케첩이 대표품목이 된 것은 1980년이다. 추억의 경양식집 '사라다(샐러드)'에 케첩과 마요네즈가 올려지던 시절이었다. 쿡방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엔 집에서도 중식, 일식, 이탈리안, 태국 요리 등을 해 먹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식재료의 다양화가 진행돼 케첩(2015년)이 대표품목에서 자취를 감췄다. 
80년대 경제 호황으로 자녀 교육에 지출하는 비용이 많아지면서 1985년엔 피아노학원비와 외국어학원비가 품목에 추가됐다. 이 때 탈락된 품목은 흑백TV를 비롯해 고무신, 구두닦이, 머릿기름 등이었다. 
1990년엔 치즈와 햄버거가 품목에 이름을 올려 식생활의 서구화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예가 됐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그려졌듯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주거형태가 바뀌면서 아파트관리비도 추가됐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퍼스털컴퓨터(PC,1990년 대표품목 선정)다. PC가 보편화되고 '천리안', '나우누리', '하이텔'이 시대를 풍미하면서 1995년엔 'PC통신이용료'가 대표 품목에 포함됐다. 한국 가요계의 최전성기로, 유명 가수가 앨범을 냈다 하면 100만장 돌파는 식은 죽 먹기였던 그 때, 노래방이용료도 1995년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가난한 시절, 국민들의 배를 불리기 위해 개량된 정부미(통일벼)가 1995년 대표품목에서 탈락됐고 레코드판, 맞춤신사숙녀복도 이름을 뺐다. 
'삐삐'로 불린 무선호출기는 1995년에 추가됐다가 2000년에 탈락해 다소 짧은 전성기를 누렸다. 학교급식이 보편화되면서 도시락(2005년)과 보온병(2000년)도 조사품목에서 제외됐다. 
2005년엔 비데, 공기청정기 등이 추가돼 가정용품 렌탈의 활성화를 엿볼 수 있다. 건강진단비, 간병도우미료, 진해거담제(기침가래약), 혈당계 등 보건 및 건강과 관련된 지출이 대거 대표품목에 포함됐다. 애완동물 병원비가 추가됐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2005년에 탈락한 품목은 과거 외식 대표 메뉴였던 함박스텍(햄버그스테이크), 비후가스(비프커틀릿) 등이다. MP3 등 디지털음원기술이 발달하면서 카세트테이프와 CD음반도 대표성을 상실했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스마트폰이용료가 보편적 지출로 자리잡으면서 2010년 대표품목으로 선정됐다. 비슷한 맥락에서 휴대용 멀티미디어기기도 대표성을 인정받았다. 캠핑용품이 이름을 올린 것도 이 때다. 
대부분의 사람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1인가구가 늘어나면서 '집 전화'도 더 이상 필수용품이 아니게 됐다. 유선전화기가 2010년 대표품목에서 삭제됐고 보고싶은 영상은 '다운 받아' 볼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비디오가게에 지출하는 돈이 적어져 영상매체대여료도 대표품목에서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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